순간이동

「 고한다. 그대의 몸은 나 있는 곳에, 나의 운명은 그대의 검에. 성배의 인도에 따라, 이 뜻, 이 이치에 따른다면 대답하라 」 
시각이 닫힌다. 세이버를 생각하며. 다시한번 그녀의 눈길을 기억하며.

「 맹세를 여기에. 나는 영원세계 전부의 선이 되는 자, 나는 영원세계 전부의 악을 펴는 자. 그대 3대 언령을 두른 7천, 억지의 고리로부터 오라, 천칭의 수호자여! 」
며칠 전부터 준비해온 마법진은, 마치 고유결계를 시전할 때와 같이 불이 달린다.
눈부신 빛 속, 무엇인가가 나타나기 시작한다. 사금빛 머리칼, 에메랄드빛 눈동자, 굳게 닫힌 당당한 입술.
아아─ 사고가 정지한다.

「 서번트 세이버. 소환에 응해 이곳에 왔다. 」 
소녀는 보석과 같은 눈동자로, 아무런 감정도 없이 나를 바라보며

「 묻겠다. 당신이 내 마스터인가? 」
그렇게 말했다.

아무말도 할 수 없다. 분명히, 절대로 아무말도 할 수 없다.

- 좀머 -